녹십자, ‘일동 적대적 M&A’ 무산…“전략·전술서 밀렸다”
 
[경제투데이 민승기 기자] 녹십자가 가지고 있던 일동제약 지분 전량을 매도하면서 사실상 제약사간의 첫 ‘적대적 M&A’는 실패로 돌아갔다.

녹십자(대표 허은철)는 29일 공시를 통해 “자사와 녹십자홀딩스, 녹십자셀이 보유 중인 일동제약주식 735만9773주(지분 29.36%, 2대주주) 전량을 윤원영 일동제약 회장에게 매도했다”고 밝혔다.

이번 일동제약 지분 매각은 북미, 중국 등지에서 영위하고 있는 글로벌 사업 가속화를 위한 것이라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녹십자 관계자는 “녹십자와 일동제약이 서로의 전략을 존중해 양사가 상호 ‘윈윈’하는 결정을 내렸다"며 “자산 효율화를 통해 당사 핵심역량을 강화하고 확보한 자금은 현재 진행 중인 글로벌 사업 가속화를 위해 투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녹십자가 일동제약 지분을 전량 매도한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녹십자가 일동제약를 대상으로 하는 적대적 M&A 시도가 장기화 되는 것에 부담을 느낀 것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앞서 녹십자는 일동제약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사와 감사를 추천했지만 3대주주(기관투자자, 지분율 8.9%)와 일반주주들의 반대로 선임되지 못했다.

손상대 한국M&A컨설팅협회장은 “녹십자가 지난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사 및 감사 선임이 불발되자 부담감을 느낀 것 아니겠느냐”며 “지난 주총 내 표대결에서 완패하면서 ‘적대적 M&A’가 어렵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적대적 M&A를 위해서는 ‘주주명부’ 확보가 관건인데 녹십자는 이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주주명부는 주주의 이름이나 주권에 관한 일정한 사항을 밝히기 위해 이사가 작성한 장부로, 누가 얼마나 주식을 가지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녹십자가 지난 주주총회에서 ‘주주명부’를 확보하지 못했고, 이에 따라 3대 주주인 피델리티 뿐만 아니라 대다수 일반주주들이 현 일동제약 경영진의 손을 들어줬다는 것이다.

반면 주주명부를 확보하고 있는 일동제약 현 경영진은 개인 주주들의 위임장을 다수 확보하면서 자신들이 추천한 이사와 감사를 선임할 수 있었다.

일동제약은 경영권에 대한 논란이 있을 때마다 주주명부를 통해 개인주주들과 접촉, 위임장을 받아 경영권을 방어해 왔다.

손 회장은 “녹십자는 적대적 M&A를 시도하는데 있어 일동제약에게 전략과 전술에서 다 밀렸다”며 “녹십자가 주주명부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위임장 싸움’도 못하고 졌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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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승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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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상대 한국M&A컨설팅협회장 “이사회 장악한 일동제약 유리…녹십자 자금력 변수”

▶ 한국M&A컨설팅협회 손상대 회장 (사진=한국M&A컨설팅협회)

[경제투데이 민승기 기자] 최근 녹십자가 일동제약의 지분을 추가 매입한 뒤 주주총회에서 ‘기업분할안’을 무산시킨 것을 두고 일동제약과 녹십자의 경영권 분쟁이 본격 시작됐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손상대 한국M&A컨설팅협회장은 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녹십자가 일동제약의 주식을 추가 매입한 것은 사실상 적대적 M&A를 하겠다는 선전포고”라며 “녹십자가 당장 적대적 M&A를 할 수 없는 구조이지만 일동제약이 경영권 방어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녹십자가 ‘야금야금’ 전략으로 M&A를 시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 이사회 장악한 일동제약, 현시점에서 ‘유리한 포지션’

녹십자는 지난 달 16일 일동제약의 기존 주주 이호찬씨 등이 보유한 주식 304만주를 장외 매수해 보유 주식이 689만주(27.49%)로 늘었다고 공시했다.

또 특수 관계자인 녹십자홀딩스와 녹십자셀도 각각 0.88%, 0.99%의 지분을 취득해 녹십자의 총지분율은 15.35%에서 29.36%로 늘었다.

녹십자가 일동제약 지분을 추가 매수하면서 일동제약 최대주주인 윤원영 회장측(지분율 34.16%)의 경영권까지 위협할 수 있는 선까지 달한 것이다. 이후 녹십자는 높아진 지분율을 통해 일동제약 지주회사 전환까지 무산시켰다.

다만 녹십자는 “제약산업 발전을 위한 동반자적 관계에서 긴밀히 협력하기 위해서”라며 적대적 M&A라는 항간의 관측을 부인했다.

이에 대해 손 회장은 “녹십자가 적대적 M&A를 부인하고 있지만 추가 주식을 매입한 뒤 지주회사 전환을 무산시켰다. 여기에 주식 보유목적도 ‘경영 참여’로 바꾸면서 사실상 적대적 M&A를 하겠다고 한 선전포고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일동제약 대주주의 지분율은 34.16%로 1%만 더 확보하면 적대적 M&A를 방어할 수 있고 경영권을 가지고 있는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일동제약이 유리하다”고 진단했다.

이사회를 장악하면 지분구조와 상관없이 경영권을 방어하기 보다 쉬워진다.

예를 들어 정기주주총회에서 녹십자가 이사 추천 등을 통해 경영권 참여를 시도하더라도 일동제약측 인사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안건심의를 하게 된다. 따라서 이들이 통과시키지 않으면 주주총회 안건에 올라갈 수 없다.

실제로 녹십자는 지난달 29일 마감이었던 일동제약 정기주주총회 ‘주주제안권’ 행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손 회장은 “녹십자가 경영권 참여를 위한 이사 추천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못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 녹십자, 장기적 M&A 전략…자금력 통한 지분율 경쟁도 주목

그렇다면 일동제약 현 경영진들의 경영권 방어는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손 회장은 일동제약이 자금력을 가진 녹십자에게 지분율 싸움에서 밀린다면 경영권을 빼앗길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손 회장은 “녹십자가 향후 물밑에서 일동제약과 지분율 경쟁을 하게 될 것”이라며 “일동제약 최대주주측은 개인돈까지 끌어들여 지분을 사들인 반면 녹십자는 아직 많은 자금력을 보유하고 있다. 지분경쟁으로 갈 경우 녹십자가 유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동제약은 자금력이 없어도 경영권에 관심이 없는 재무적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방법으로 경영권 방어에 나설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손 회장은 또 “녹십자는 자금력을 통해 주식을 야금야금 늘리면서 임원들의 임기가 만료되는 시기에 녹십자측 인사를 선임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했다.

녹십자는 일동제약을 대상으로 M&A를 추진하되, 단기간으로 승부를 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전략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일동제약은 현재 9명의 이사가 있으며 상임이사 및 비상임 사외이사, 상임·비상임 감사 등 모두 일동제약이 선임한 인사들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녹십자가 새로운 이사를 추천하거나 현 이사를 해임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사 임기가 만료될 경우 전체 주주의 1/4 출석에 과반수 찬성만 얻으면 되기 때문에 녹십자는 임기 만료가 되는 시점에 자신들에게 유리한 인사를 선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손 회장은 “현재 상황에서는 일동제약이 유리하지만 자금력을 가진 녹십자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면서 “녹십자의 공략을 일동제약이 어떻게 방어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지만 그 향방은 아무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Posted by 민승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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