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계 “일반약→전문약 전환, 행정편의적인 발상”…근본적 대책 마련 촉구


(서울=포커스뉴스) 감기약으로 사용되는 ‘슈도에페드린’ 성분으로 필로폰을 제조하다 적발되는 사건이 또 다시 발생했다. 약사계 등 전문가들은 매년 반복되는 ‘감기약으로 만든 필로폰’ 문제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2일 감기약으로 필로폰을 제조한 황모(32)씨 등 12명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황씨는 마약관련 전문서적을 읽고 독학으로 연구한 뒤, 주변 약국 등에서 감기약과 황산 등을 구입해 필로폰을 제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황씨가 필로폰을 제조하는데 사용한 감기약 성분은 슈도에페드린이다. 이 성분은 코막힘을 완화해주는 기능을 하며, 약국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문제는 일반인이 간단한 화학 지식만 알고 있어도 슈도에페드린을 이용해 마약을 제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해외 사이트 등에서 감기약에 들어있는 슈도에페드린 추출방법을 배운 뒤 마약을 직접 제조하다 적발된 사례도 있었다.
 

슈도에페드린이 마약제조에 지속적으로 활용되자, 보건당국도 이를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013년 슈도에페드린으로 필로폰을 제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슈도에페드린 고용량(120㎎) 함유 제품을 일반약에서 전문약으로 전환한 바 있다. 

당시 식약처는 30㎎은 복합제 성분이 3개 이상으로 구성돼 있어 마약류 추출이 쉽지 않고, 60㎎은 2개 성분으로 이뤄져 있지만 마약류를 추출해 불법 판매했을 경우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고려해 전문약으로 전환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경찰 측은 “전문약으로 지정된 고용량 뿐만 아니라 일반약으로 남아있는 슈도에페드린 제품까지 전문약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약사계 등 전문가 단체들은 일반약 슈도에페드린 제품을 전문약으로 지정하는 것 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무작정 틀어막는 식’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약사계 관계자는 “무작정 전문약으로 전환하는 것은 행정편의적인 접근방식”이라며 “슈도에페드린이 일반약이라서 마약사범 생기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 경찰과 보건당국, 약사계 등이 모여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약사계 관계자 역시 “일반 또는 전문 의약품 분류는 아무렇게 정하는 것이 아니다. 의약품의 약효와 부작용 등을 고려해 정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약사들도 동일 지역 내 약국에서 해당 제제를 다량 구입하거나 구입 목적이 불확실하고, 마약류 불법 제조에 사용될 우려가 있을 경우 즉각 신고하는 등 주의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Posted by 민승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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